예전에는 화장실만 가도 거울을 봤어요.
얼굴이 또 빨개졌는지, 아침보다 심해졌는지, 계속 확인했어요. 화장실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거울, 지하철 창문, 핸드폰 앞카메라까지, 반사되는 게 있으면 일단 얼굴부터 살폈어요. 그러다 조금이라도 붉은 게 눈에 띄면 그날 하루가 통째로 신경 쓰이더라고요.
저는 피부 하나는 은근히 자신 있었어요. 미친 듯이 좋진 않아도 여드름이 나거나 자국이 잘 남는 피부는 아니어서 그래도 깨끗한 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근데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 변화인지 뭔지, 피부가 푸석해지고 모공도 넓어지고, 많은 분들이 겪는다는 그 변화가 저한테도 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오히려 더 피부에 집착하고 신경 쓰게 됐어요. 세럼이나 앰플, 로션, 크림, 팩까지 이것저것 사들이고 실험 아닌 실험을 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아마 그러면서 피부도 예민해지고 장벽도 같이 약해졌던 게 아닌가 싶어요.
거울이 무섭기 시작했습니다
각질 제거로 주사피부염이 생기고 나서는, 처음 겪는 변화들이 정말 무섭게 느껴졌어요.
특히 열감이 가시지 않는 얼굴, 늘 있는 트러블들, 시도 때도 없이 붉어지는 홍조. 이런 것들이 계속되니까 거울 보는 게 무섭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꾸 더 세세하게 피부를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이상하죠. 무서우면서도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거요. 그러면서 또다시 피부를 되돌리려고 더 많은 화장품을 찾아 헤맸어요. (그때 얘기는 <화장품 추천> 글에 다 적었어요.)
이 시기에 많이 들었던 말이 "얼굴이 빨개서 피부가 아파 보인다", "푸석하고 건조해 보인다" 이런 것들이었어요. 그나마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그걸 벗어야 하는 순간을 대비하는 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였어요. 당연히 화장은 못했지만, 결혼식처럼 꼭 해야만 하는 자리에선 어쩔 수 없이 했거든요. 근데 심할 때는 화장을 했음에도 입 주위, 눈 주위는 하얗고 그 외엔 다 빨갛게 올라와서 마치 팬더 같은 얼굴이 됐어요. 집에 와서 그 얼굴을 거울로 다시 보고 진짜 경악했던 기억이 나요. 그날 하루 종일 사람들 앞에서 웃고 있었는데, 정작 저는 제 얼굴이 어떻게 보였을지 계속 신경 쓰느라 그 자리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거울을 볼수록 불안하고 스트레스받고, 불안할수록 또다시 새로운 화장품이나 후기를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조금 괜찮아졌을 땐 '언제 다시 재발할까' 하는 걱정이 시작됐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거울을 안 보는 게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거울을 보는 습관부터 바꾸려고 했어요
수란트라 쓰고 나서, 그리고 재발을 몇 번 겪고 나서 (이 얘기들은 <수란트라 크림 4주 사용 후기>랑 <주사피부염 재발 후기>에 자세히 적었어요), 저는 이 거울 보는 습관 자체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피부가 안정되고 나서도 이 습관은 쉽게 안 없어지더라고요. 붉은기가 거의 없는 날에도 괜히 거울 앞에서 각도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확인하고, 아무 문제 없는 날에도 '혹시 뭔가 있나' 하고 찾아내는 식이었어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거울을 보는 목적이 어느새 '오늘 괜찮은지 확인'이 아니라 '뭐가 잘못됐는지 찾아내기'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매번 뭔가를 발견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조금만 유심히 보면 원래 누구나 있는 모공이나 잔주름도 다 문제로 보이거든요. 남들은 신경도 안 쓸 만한 부분을, 저는 몇 분씩 들여다보면서 '이거 더 심해진 건가' 하고 스스로 걱정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거울 보는 횟수랑 시간을 줄였어요. 세안하고 스킨케어할 때 딱 필요한 만큼만 보고, 그 외에는 거울 앞에서 오래 서 있지 않으려고 했어요. 처음엔 그게 오히려 불안했어요. '확인 안 하면 더 모르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근데 신기하게도 덜 볼수록 마음이 더 편해지더라고요. 거울을 안 보는 시간 동안은 얼굴 생각을 아예 안 하게 되니까, 오히려 하루가 훨씬 가벼워졌어요. (이 습관은 요즘 지키고 있는 루틴 중에서도 <주사피부염 완치보다 유지> 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던 부분이에요.)
지금도 거울은 봐요. 근데 예전처럼 피부를 검사하듯 보지는 않습니다.
붉은기가 조금 있어도 '오늘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고, 세세하게 뜯어보면서 문제를 찾아내려 하지 않아요. 거울은 이제 저한테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라, 화장하거나 세안할 때 필요한 만큼만 보는 물건이 됐어요.
예전에는 거울을 볼수록 불안했는데, 지금은 거울을 덜 볼수록 마음이 더 편해졌습니다. 저한테는 그게 주사피부염을 겪으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변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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