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친구 모임이 있어서 화장하고 나갔어요.

그랬더니 제 피부 상태 알고 있던 친구가 "이제 다 나은 거야?" 하고 묻더라고요. 저는 잠깐 생각하다가 "완치는 아닌데 많이 나아졌어"라고 대답했어요. 친구는 그 말에 별생각 없이 넘어갔던 것 같은데, 저는 집에 오는 길에 그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남더라고요. '나는 완치된 걸까, 아닌 걸까.' 답을 하면서도 스스로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애매했거든요.

'주사피부염 완치'를 검색해보면 다들 아시겠지만 이런 말이 많아요. "완치는 없다", "언제든지 다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저도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에요.


완치를 찾던 시기에는 더 불안했습니다

사실 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레르기도 몇 년째 앓고 있거든요. 이것도 참 신기한 게, 어느 날 갑자기 증상이 없어져서 몇 달 잠잠하다가 또 갑자기 생기고, 그걸 계속 반복해요. 한의원, 대학병원 여러 군데 가봐도 완치가 잘 안 되더라고요. 정확한 원인을 못 찾으니까 처음엔 그것도 되게 답답했어요. 왜 나만 이런가 싶기도 했고요. 근데 몇 년 겪다 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게 됐어요. 스트레스도 예전만큼 안 받고, 증상 생기면 그냥 약 먹는 걸로 넘겨요.

주사피부염도 저한테는 이거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딱 하나의 원인이 있어서 그걸 없애면 끝나는 게 아니라, 몸 상태나 컨디션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거요.

처음엔 저도 원인을 어떻게든 찾으려고 했어요. 알레르기 때문인가, 다른 뭐 때문인가 하면서 병원도 찾아보고 한의원도 찾아보고, 유튜브·블로그·카페를 정말 이 잡듯 뒤졌어요. (이 과정은 <한의원을 먼저 찾은 이유>랑 <수란트라 크림 4주 사용 후기>에 자세히 적었어요.) 그때는 이 연고 하나면, 이 치료 하나면 완전히 해결될 줄 알았어요. 병원 하나만 잘 찾으면, 약 하나만 잘 맞으면 이 지긋지긋한 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겪어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중요한 건 그 상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였어요. 

생각해보면 제가 '완치'라는 말을 안 쓰게 된 건 재발을 한 번 겪고 나서였어요. 처음에는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각질 제거 한 번으로 다시 피부가 뒤집히는 걸 경험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주사피부염 재발 후기>) 

그 뒤부터는 '완치'보다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피부를 편안하게 유지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게 됐어요. '이건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는 걸 미리 인정하고 나니까, 스트레스도 덜 받고 평소에 더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완치보다 유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지금은 이제 어떻게 다뤄야 할지 감이 좀 잡히는 것 같아요. 재발이 무섭다기보다, 재발했을 때 뭘 해야 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편해지더라고요. 예전엔 얼굴 조금만 붉어져도 패닉이 왔는데, 지금은 '아, 이거 또 오나 보다, 일단 자극 줄이고 지켜보자' 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됐어요.

저는 원래 기초 화장품에 관심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때 얘기는 <화장품 추천> 글에 다 적었어요.) 지금도 새로운 제품 보면 여전히 눈길이 가긴 하는데, 예전처럼 막 사지는 않아요. 잘 맞는 걸 이미 찾은 것도 있고, 무엇보다 피부는 신경을 덜 써야 오히려 더 좋아진다는 걸 알아버렸거든요. 예전 같으면 후기 좋다는 세럼 하나 더 사서 발라봤을 텐데, 지금은 그 시간에 그냥 하나 쓰던 걸 계속 씁니다.

요즘 폭염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데, 그래도 7시간은 자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잠이 왜 저한테 중요한지는 <주사피부염에 좋은 음식? 저는 오히려 잠이 더 중요했습니다>에 적었어요.) 세안이나 보습 같은 기본 루틴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요.

그래서 저는 요즘 완치를 목표로 두지 않아요. 대신 피부가 편안한 상태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예전에는 피부가 조금만 좋아져도 '이제 완치된 건가?' 하고 기대했고, 반대로 조금만 붉어져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건가?' 하고 좌절했어요. 그렇게 좋아졌다가 실망하는 걸 몇 번 반복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완치라는 단어 자체에 덜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피부가 편안한 날이 많아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완치라는 단어에 매달리면 오히려 매번 실망하게 되더라고요. 완치라는 결승선을 정해두면 조금만 붉어져도 '다시 원점인가?' 싶고, 좋아지면 '이제 끝났나?' 싶어요. 결국 제 피부보다 제 마음이 더 흔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유지'라는 단어로 바꾸고 나니까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오늘 편안하면 오늘은 그걸로 된 거고, 며칠 예민해지면 그동안 뭔가 무리했나 돌아보고 다시 루틴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고요. 완치라는 결승선을 정해두지 않으니까, 오히려 매일매일을 덜 불안하게 보낼 수 있게 됐어요.

저는 아직도 제 피부를 '완치됐다'고 말하지는 않아요. 대신 오늘도 잘 유지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예전에는 피부가 제 하루를 결정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끔 예민한 날이 있어도 예전처럼 겁부터 먹지는 않아요. 저한테는 그게 가장 큰 변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