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서 피부가 좋아지면, 오히려 그때부터가 진짜 고비인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니까 자신감이 붙어서 뭔가를 더 해보고 싶어지고, 그러다 결국 또 한 번 크게 뒤집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이번에 주사피부염이 다시 심해진 계기는 다름 아닌 각질 제거였어요. 해면 스펀지로 가볍게 한 번 했을 땐 별문제 없었어요.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했고, 며칠 뒤 한 번 더 사용했어요. 근데 그 이후 얼굴 전체에 날치알처럼 작은 모낭염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피부는 다시 예전처럼 예민해졌어요. 아니 더 심하게 재발 됐어요.
물론 제 경험만으로 해면 스펀지 자체가 문제였다고 단정할 순 없어요. 다만 저한테는 피부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인 각질 제거가 자극이 됐던 것 같아요. 오늘은 그때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다시 회복했는지 솔직하게 풀어볼게요.
피부가 좋아지면서 방심했던 것 같아요
수란트라 쓰면서 피부가 진짜 많이 좋아졌었어요. 이 얘기는 지난번 수란트라 후기 글에서 자세히 적었어요. 붉은기도 줄고 일상생활도 편하게 할 수 있게 되니까, '이제 다 나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피부가 좋아지니까 오히려 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원래 수부지였는데, 크림 하나랑 약산성 클렌징만 계속 쓰다 보니 자꾸 피지 분비가 늘어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입술 주변이랑 턱, 코 쪽에 화이트헤드랑 블랙헤드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요. 이걸 없애고 싶어지더라고요. 각질 제거가 하고 싶어진 거예요.
처음 한 번은 괜찮았어요
너무 무리하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해면 스펀지를 물에 적셔서 말랑말랑하게 만든 다음 이걸로 살살 각질 제거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클렌징할 때 정말 살살 했어요.
여기까지 하니까 뭔가 괜찮은 것 같았어요. 처음엔 무리하게 하지 않았으니까요. 다음 날 당연히 말끔하게 제거되진 않았고, 그래서 '아, 살짝만 더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번째 각질 제거 후 다시 재발했어요
이게 최악의 선택이 되어버렸어요.
샤워하면서 한 번 더 각질 제거를 했어요. 저는 살살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또 과했던 건지, 아니면 아직 피부장벽이 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자극을 준 게 문제였던 건지, 정확히는 알 수 없어요. 근데 결과적으로는 전에 없던 최악의 피부 상태를 맞이하게 됐어요.
날치알 같은 모낭염이 오돌토돌 얼굴 전체로 올라왔어요. 만지면 번질 것처럼 징그러워서 손을 댈 수가 없었어요. 따가운 것보다도 얼굴 피부 표면이 나무껍질처럼 딱딱해지는 느낌, 그리고 전체적으로 붓는 느낌이 있었어요. 이런 증상은 처음이라 정말 무서웠어요. 게다가 얼굴에 먼지가 붙은 것처럼, 혹은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간질간질한 느낌이 미칠 것 같았어요. 이게 밤이 되면 더 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깨달은 점
한 번 괜찮았다고 해서 피부가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었어요.
저에게는 피부장벽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인 각질 제거가 자극이 되었던 것 같아요. 해면 스펀지가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다시 예전 루틴으로 돌아갔어요
병원 가도 그냥 스테로이드 먹는 약이나 연고를 처방받을 것 같아서, 일단 수란트라를 다시 바르기로 했어요. 수란트라 연고가 모낭염 치료에도 쓰인다고 해서요. 얼굴에 손은 아무것도 대지 않고, 그냥 밤마다 수란트라만 열심히 발랐어요.
얼굴이 붓고 열이 올라와서 식염수 팩을 한 번 정도 해줬어요. 이게 직접적인 도움이 됐다기보다는, 너무 가려운데 손댈 수 없으니까 그냥 열 식혀주는 느낌으로 해준 거였어요. 이번엔 좀 심하게 재발해서 중간에 계속 병원 갈까 말까 고민했어요. 회복되는 속도도 되게 느린 느낌이었고요. 근데 그냥 계속 수란트라 바르면서 최대한 아무것도 손대지 않는 방향으로 갔어요.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날치알처럼 올라왔던 것도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다시는 각질 제거를 하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그러고 나서, 하얗게 올라오는 각질이나 화이트헤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피부의 자연 치유를 믿기로 했어요. 이때 다시 정착한 보습 루틴은 보습제 후기에서도 자세히 적어놨어요. 피지오겔 보습제 하나만 발랐고, 각질이 많이 올라오는 곳은 한 번 더 바르는 정도로만 했어요. 그리고 그냥 신경을 끄는 게 제일 도움이 됐어요. 자꾸 거울 보면서 각질 어떡하지 하고 계속 들여다보면 뭘 자꾸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세안 관련 습관은 지난번 세안법 글에서 다뤘던 것처럼, 그냥 아침 물세안+보습, 저녁 약산성 클렌징+보습 이것만 했어요.
지금은 각질 제거를 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각질이 없애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피부장벽을 지키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루틴만 유지하니까 서서히 피부가 많이 좋아졌고, 연고도 더 이상 바르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정됐어요. 그리고 어느새 하얗게 올라오던 각질도 잠잠해졌어요. 물론 없진 않지만 예전만큼 눈에 거슬리지 않을 만큼이 됐어요. 어딘가에서 봤는데, 어느 정도 각질은 있어야 피부가 건강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예전 같았으면 또 각질 제거를 했을 텐데, 지금은 그냥 피부가 회복하는 시간을 기다리는 편이에요.
그러면서 유수분 밸런스가 맞춰져서 그런지 피지 분비도 예전보다 덜한 것 같아요. 진짜 세럼부터 수분크림까지 3~4개씩 겹쳐 바르던 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아요. 주사피부염이 완치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굉장히 잘 유지하고 있어요.
총정리
주사피부염이 좋아졌다고 해서 피부장벽까지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었어요. 저한테는 그 차이를 몰랐던 게 가장 큰 실수였어요.
저에게는 각질 제거보다 피부를 편안하게 유지하는 게 훨씬 중요했어요. 지금도 피부가 예민한 날에는 뭔가를 더 하기보다, 자극을 줄이는 쪽을 선택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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