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피부염이 심했을 때는 화장 자체가 두려웠어요.
화장을 하면 더 따갑고, 지우는 과정도 자극이 될까 봐 아예 손이 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결혼식이나 중요한 약속처럼 어쩔 수 없이 화장을 해야 하는 날도 생기더라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피부가 완전히 나은 뒤 화장을 시작한 게 아니었습니다. 피부가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을 때 아주 천천히 다시 시도했고, 지금도 나름의 원칙을 지키면서만 화장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언제부터 다시 화장을 시작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화장을 했고 지금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제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볼게요.
주사피부염이 심했을 때는 화장을 거의 못 했어요
피부 상태가 심할 때는 화장을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였어요. 피부가 아픈 상태라 로션 하나 바르는 것도 부담스러웠으니, 화장은 당연히 엄두도 못 냈죠. 이 시기에는 화장을 안 하는 걸 추천드려요.
다만 결혼식처럼 정말 피치 못할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화장을 해야 했어요. 처음엔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평소처럼 화장을 했는데,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입 주변이랑 눈가만 하얗고 나머지 얼굴은 새빨개져서 꼭 팬더 같더라고요. 정말 창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 뒤로 저만의 화장 루틴을 만들게 됐어요.
<<제가 지켰던 화장 원칙>>
- 파운데이션이나 쿠션 대신 비비크림 위주로 사용
- 최대한 얇고 빠르게 화장하기
- 집에 오면 바로 세안하기
- 화장 전날에는 피부를 쉬게 하기
특히 마지막 원칙이 생각보다 중요했어요. 화장하기 전날부터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오히려 피부에 도움이 됐고, 팩이나 과도한 관리는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 유일하게 했던 건 하루 한 번 정도의 식염수팩인데, 피부를 좋아지게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열감을 잠시 내리기 위한 용도였어요. 이 방법이 주사피부염 치료법이라는 의미는 아니고, 사람마다 피부 반응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식염수팩 후에는 꼭 물세안을 하고 로션만 발랐습니다. 딱 이 정도로만 관리했어요.
다시 화장을 시작한 계기
저는 원래도 화장을 잘 안 하는 편이었어요. 피부가 예민해서인지 화장을 하면 갑갑한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평소에는 약속이나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선크림만 바르고 다니는 스타일이라, 화장에 대한 스트레스는 크게 없었던 편이에요.
피부화장은 최대한 하지 않고, 색조는 립이나 아이섀도우 정도만 가볍게 했어요. 대신 눈썹 반영구나 속눈썹펌을 해서 손이 덜 가도 어느 정도 정돈된 느낌을 유지했습니다.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는 날이 점점 줄어들면서 '오늘은 한번 해봐도 되겠다' 싶은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제가 수란트라를 먹으면서 피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예전 수란트라 크림 후기에 자세히 적어뒀는데, 어쨌든 그 치료로 피부가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다시 화장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진하게 한 게 아니라, 피부가 괜찮은 날을 골라서 아주 조금씩 시도해보는 식이었죠. 지금은 연고를 끊은 지도 꽤 됐는데, 그 이후 피부가 어땠는지는 수란트라 끊은 후기 쪽에서 다룬 적이 있어요.
지금은 이렇게 화장하고 있습니다
주사피부염이 호전되고 나서는 한 번씩 비비크림, 파우더, 블러셔를 하고 립 위주로 포인트를 주는 화장을 해요. 그래도 원칙은 분명합니다.
- 피부 상태가 좋은 날만 화장을 합니다. 조금이라도 예민한 느낌이 들면 그날은 화장을 하지 않아요.
- 최소한으로만 합니다. 파운데이션이나 컨실러를 여러 겹 덧바르지 않고, 커버력보다는 자연스러운 톤 보정 정도에 만족해요.
- 화장 후에는 최대한 빨리 지웁니다. 밖에 오래 두지 않는 게 저만의 원칙이에요.
- 무리하지 않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컨디션이 안 좋은 날 화장을 해야 한다면, 최대한 빨리 지우는 것으로 대신해요.
비비크림을 선호하는 이유는 파운데이션보다 피부가 숨 쉬는 느낌이 들고, 재생비비라 성분 면에서도 조금은 안심이 되기 때문이에요. 최근에는 비비크림 쿠션도 사용해봤는데 나쁘지 않았어요. 애초에 커버력이 높은 제품은 잘 쓰지 않다 보니, 자연스러운 톤 보정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편입니다. 제가 실제로 쓰고 있는 로션이나 선크림 제품들은 화장품 추천 글에 따로 정리해뒀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다행히 화장 때문에 재발했던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화장을 하는 건 아니에요. 오늘 피부가 예민한 것 같으면 화장을 하지 않거나 선크림조차 바르지 않습니다. 피부 상태가 안 좋은데 어쩔 수 없이 화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빨리 지우는 걸 원칙으로 지키고 있어요. 이때 지우는 방식도 아무렇게나 하지 않고 제 나름의 세안법을 따르는데, 이 부분이 자극을 줄이는 데 은근히 중요해서 따로 세안법 글에 정리해뒀어요. 반대로 이 원칙이 무너져서 힘들었던 시기 이야기는 재발 후기에 담겨 있는데, 그때 경험 때문에 지금의 원칙들을 더 철저히 지키게 된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예전에는 화장을 하고 싶은 마음보다, 필요할 때도 마음 편히 화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화장을 하기 위해 피부를 버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피부가 괜찮은 날에만 화장을 선택합니다.
예전보다 덜 꾸밀 때도 많지만, 대신 피부 때문에 불안해하는 시간은 훨씬 줄었습니다. 이제는 화장을 잘하는 것보다 피부를 편안하게 유지하는 게 저에게는 더 중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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