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완전히 끊어야겠다고 다짐한 건 아니었어요.
원래도 술을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고, 친구들을 만나면 한두 잔 정도, 집에서 맥주 한 캔 정도 마시는 평범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주사피부염이 생기고 나서는 술자리가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한 잔을 마시는 순간부터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고, 원래도 있던 열감이 더 심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술을 마시는 순간보다 집에 와서 거울을 봤을 때가 더 무서웠어요.
오늘은 제가 왜 술을 거의 끊게 되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제 경험을 말씀드릴게요.
술을 마실 때마다 얼굴이 먼저 반응했어요
주사피부염이 생기기 전에도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편은 아니었어요. 살짝 홍조가 도는 정도였죠.
그런데 주사피부염이 생기고 나서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어요. 한두 잔만 마셔도 얼굴이 확 뜨거워지고, 붉은기가 오래 남는 날이 많았어요. 거울을 보면 '괜히 마셨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피부가 그나마 괜찮을 때 마셨을 때도 열감이 빨리 오르고, 식는 속도는 오히려 느렸던 것 같아요.
이 느낌을 겪어보신 분이라면 아실 텐데, 술이 문제가 아니라 '내 몸이 술에 이렇게까지 반응한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자체가 스트레스였어요. 예전 같으면 그냥 넘겼을 얼굴빛인데, 자꾸 신경 쓰이고 다음 날 사람들 만날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주사피부염이 생기고 나서는 술을 마셔도 되는지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어떤 글은 적당히 마셔도 괜찮다고 하고, 어떤 글은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자체를 피하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의견이 달라 더 헷갈렸는데, 결국 저는 제 피부가 보내는 신호를 믿기로 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줄이게 됐어요
저는 결국 제 피부를 기준으로 결정했어요. 술을 마신 다음 날 피부가 편안했던 기억보다, 후회했던 기억이 더 많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집에서도 술을 마시는 횟수가 점점 줄었고, 지금은 특별한 자리가 아니면 거의 마시지 않게 됐어요.
술보다 더 아쉬웠던 건 분위기였어요
사실 술 자체보다 아쉬웠던 건 사람들이랑 편하게 어울리는 시간이었어요.
친구들은 맥주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는데, 저만 물이나 음료를 마시고 있는 날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괜히 눈치도 보였어요.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아?' 이런 말을 들을 때도 있었고요. 딱히 저를 신경 써서 한 말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엔 왠지 제가 유난 떠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매번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은근히 피곤했어요. "피부 때문에요." 그 한마디도 하기 싫어서 그냥 웃으며 넘긴 날도 많았거든요. 아마 비슷한 이유로 술을 줄이신 분들이라면 이 어색함, 무슨 느낌인지 아실 것 같아요.
근데 몇 번 겪어보니까 결국 피부가 편한 게 저한테는 더 중요하더라고요. 하루 즐거운 것보다 며칠 동안 피부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게 훨씬 힘들었어요.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지금도 술을 평생 안 마시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마시지는 않아요. 피부 상태가 예민한 시기에는 아예 피하고, 반대로 피부가 편안한 시기에도 '괜찮겠지' 하고 일부러 마시지는 않아요. 정말 특별한 날이 아니면 되도록 마시지 않는 편이에요.
주사피부염을 겪으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이런 선택들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순간의 즐거움을 먼저 생각했다면, 지금은 내 피부가 편안한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거든요. 이런 식으로 하나씩 줄여가다 보니, 술 말고도 수면 시간을 챙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어요. 그 이야기는 잠이 왜 중요했는지 다룬 글에 더 자세히 적어뒀어요.
술을 끊어서 좋아졌다기보다, 후회를 줄이게 됐어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아요. '술을 끊으니까 주사피부염이 나았나요?'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어요. 술 하나만 끊었다고 피부가 갑자기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실제로 컨디션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시기에도 재발을 겪은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것들은 재발 후기에 따로 정리해뒀어요.
대신 하나는 분명했어요. 술을 마시고 '괜히 마셨다'고 후회하는 일은 없어졌다는 거예요.
저는 주사피부염을 겪으면서 피부를 좋아지게 만드는 특별한 방법보다, 피부를 예민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나씩 줄여가는 과정이 더 중요했어요. 술도 저한테는 그중 하나였습니다. 지금 제가 유지하고 있는 생활 전반의 이야기는 완치보다 유지라는 표현이 맞았다는 글에 담아뒀으니, 궁금하시면 같이 봐주세요.
사람마다 피부 반응은 다르겠지만, 저는 제 피부를 믿기로 했어요. 술을 마신 뒤 편안했는지, 아니면 후회했는지를 몇 번 겪고 나니까 답은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지금도 저는 술을 완전히 끊은 건 아니에요. 다만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마시지는 않습니다. 저한테는 그 작은 변화가 생각보다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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