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자기 전에 거울을 보면서 '이제야 좀 각질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하고 나름 뿌듯해했던 게 아직도 생생해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손끝에 오돌토돌한 느낌이 스치는 순간 알았어요. '아, 뭔가 잘못됐다.'

그런데 사실 이 밤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돌이켜보면 저는 주사피부염이 생기기 한참 전부터, 몇 년째 비슷한 밤을 반복하고 있었더라고요.

제 주사피부염이 왜 생겼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크게 재발했는지 하나의 원인을 꼽으라면 저는 각질 제거라고 말할 것 같아요. 다만 이건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몇 년에 걸친 습관'이었어요.

오늘은 제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각질 제거에 매달렸는지, 그리고 지금은 왜 인위적인 각질 제거를 완전히 놓게 됐는지 제 경험을 말씀드릴게요.


사실 주사피부염 전부터 각질 제거에 집착했어요

원래 제 피부는 수부지에 가까웠어요.

코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유분이 올라왔고, 볼은 속건조가 심한 편이었어요. 유분은 유분대로 번들거리는데, 각질은 각질대로 하얗게 일어났어요. 그러다 보니 화장은 자꾸 밀리고 들떴어요.

거기에 입술 주변이나 턱, 코 쪽에는 화이트헤드와 블랙헤드가 늘 자리 잡고 있었어요. 이것저것 화장품을 바꿔봐도 크게 나아지지 않으니까, 저는 어느 순간 '문제는 화장품이 아니라 각질과 이 오돌토돌한 것들 자체'라고 결론을 내려버렸어요.

그래서 토너패드로 매일 닦아냈어요. 이른바 닦토였죠. 화이트헤드나 블랙헤드가 보이면 손으로 짜내거나 각질 제거 제품으로 밀어냈고요. "닦토를 해야 화장이 잘 먹는다"는 이야기를 볼 때마다 제 얘기 같아서 더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거의 매일, 몇 년에 걸쳐 이어진 루틴이었어요. 각질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그냥 넘어가질 못했어요.


목욕하면서 각질을 벗겨내다가 결국 주사피부염이 시작됐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제 주사피부염은 바로 이 습관에서 시작됐어요.

목욕을 할 때 몸 각질 미는 습관처럼 얼굴 각질도 인위적으로 밀어내곤 했는데, 그게 반복되면서 피부장벽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던 거예요. 저는 그때마다 개운하다고 느꼈지만, 사실 피부 입장에서는 계속 상처를 내고 있었던 셈이었어요.

그렇게 장벽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에서 주사피부염이 시작됐어요. 처음엔 이게 각질 제거 습관 때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주사피부염이 생기고 나서도 각질을 놓지 못했어요

문제는 주사피부염이 생긴 뒤에도 이 습관을 못 버렸다는 거예요.

피부가 붉고 트러블이 올라오는 것도 힘든데, 거기에 하얗게 일어난 각질까지 겹치니까 얼굴이 유독 지저분해 보이더라고요. '이것만이라도 정리하면 조금 나아 보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어요.

그러다 피부가 조금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결국 다시 각질 제거를 했어요. 한 번 했더니 개운해진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며칠 뒤 한 번 더 했고요.

그 뒤 피부가 크게 뒤집혔어요. 얼굴 전체에 오돌토돌한 트러블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제가 표현했던 것처럼 날치알처럼 모낭염이 퍼졌어요. 그때 저는 각질 제거가 이미 예민해진 피부를 더 심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알게 됐습니다. 그때 피부가 얼마나 심하게 뒤집혔는지는 <주사피부염 재발 후기>에서 자세히 적어뒀어요.


그때부터 관리 방법을 완전히 바꿨어요

이 큰 재발을 겪고 나서야 확실히 깨달았어요. 적어도 저처럼 수부지에 주사피부염까지 있던 피부에는 인위적인 각질 제거가 맞지 않았다는 걸요.

그래서 그 뒤부터는 완전히 반대로 관리하기 시작했어요. 수란트라 연고와 로션 하나만 사용하면서 피부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았어요. 수란트라 치료를 시작하면서 피부를 최대한 쉬게 해줬고, 그 과정은 <수란트라 크림 후기>에서 자세히 적어뒀어요.

이때는 술도 거의 끊고, 화장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자극 요인은 하나씩 다 걷어냈던 시기였어요. (술을 줄이게 된 이유는 <주사피부염 술, 저는 거의 끊었습니다>에서 따로 적어뒀어요.)

신기하게도 로션 하나만 꾸준히 바르니까, 그렇게 심했던 속건조도 없어지고 피부가 오히려 더 편안해졌어요. 손이 근질거릴 때마다 참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질도 조금씩 잠잠해졌고 피부도 점점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이렇게 관리합니다

지금도 코나 턱에는 화이트헤드나 블랙헤드가 조금씩 생겨요. 예전 같으면 바로 각질 제거부터 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하루 한 번 세안만으로도 불필요한 각질은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대신 적절한 유수분 보습만 꾸준히 합니다.

신기하게도 예전보다 피부는 훨씬 편안해졌어요. 화이트헤드나 블랙헤드가 조금 남아 있는 것보다 피부가 예민하지 않은 상태가 저한테는 훨씬 중요해졌어요.

물론 사람마다 피부 상태는 다르고, 필요한 관리도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예전에는 피부가 지저분해 보일까 봐 계속 없애려고만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의 각질보다 피부가 편안한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에게는 그 생각 하나가 피부를 가장 크게 바꿔준 변화였습니다.